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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전범 군인이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R)

(앵커)
한센인 마을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던
일본식 신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습니다.

한센인 신사 참배의 흔적을
문화재로 남겨둬야 하느냐에 있어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왔는데요.

부적절한 표현으로 신사를 설명하고 있는
표지판이 남아있어 최근 재차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강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한센인들이
참혹하게 인권을 유린당했던 고흥 소록도.

이곳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본식 신사가 남아있습니다.

일본 민족신과 천황, 전범 군인들을 기렸던 장소입니다.

1935년, 일본인 관료가 한센인들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하기 위해 만든 '소록도 갱생원 신사'로
지난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소록도에서 나고 자란 한센인들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곳에서 신사 참배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있습니다.

◀INT▶
*정연식 / 한센인 2세*
"이렇게 딱 세번 치고 있으면 저기서
그걸 (황국신민서사를) 외운다고요.
아 이걸 볼 때는 과거에 우리가 여기에 살면서
얼마나 고초를 당했는지 그걸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이렇게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소록도 신사.

그런데 정작 해당 문화재를 설명하는 간판에는
천황이나 전범 군인들을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일본사학자는
신사를 설명하는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서 발생한 실수 같다며,

문화재 찬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정확하고 올바른 설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INT▶
*김문길 / 한일문화연구소장*
"자기 나라의 일본적인 용어지 우리 용어로서는
이런 지도자가 나옴으로써 우리 민족의 아픔은
말할 수 없이 많아요. 이게 있다는 것이 상당히
문제입니다."

S/U) 신사를 지키던 사람이 숙식했다는 건물과
일본 천황을 기리는 물건인 '미꼬시'를 보관하던
창고도 남아있지만, 관련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편 문화재청에
이 같은 표현에 대해 문의했지만
고흥군청에서 만든 표지판이라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고흥군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표지판인 만큼
표지판을 세우게 된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강서영입니다.
◀END▶
강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