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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짝처럼 기차에 버려진 5살" 고려인 아나톨리의 고백

서일영 기자 입력 2025-07-22 23:49:50 수정 2025-07-23 06:00:29 조회수 88

◀ 앵 커 ▶

전남독서인문학교 학생들이 
고려인들이 머물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아리랑요양원을 찾았습니다.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은
한민족 해외이주 역사상 최대의 비극인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당시의 
생생했던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서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 SYNC ▶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흥겨운 우리 가락이 흐르자 어르신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고려인들은 이제
모두 80대 이상의 고령이 되었습니다.

고려인 독거노인을 위해 
한국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아리랑요양원에
전남독서인문학교 학생들이 찾아왔습니다.

◀ INT ▶ 김하현 / 보성고 1학년
저희 문화를 한 번 더 상기시켜 주고 알려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척 저는 먼저 떨렸어요.

학생들은 어르신의 
어깨와 팔을 정성껏 주물러 드리고, 
말벗이 되어드리며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눴습니다.

◀ INT ▶ 김 루드밀라 / 80세 
(아기들 와서 노래하는 거 보니 어땠어요?)
반갑소. 아주 반가워요!

◀ INT ▶ 기현송 / 장성고 1학년
할머니가 저한테 '아들딸 곱소'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저희 할머니도 막 떠올랐고 진짜 그냥 한국 할머니처럼 정겹고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구한말 일본의 억압과 배고픔을 피해
조선인들이 모여들었던 연해주.

하지만 소련은 17만 동포들을 
다시 황량한 대지로 내몰았습니다.

표면적으론 일본군과 구별이 되지 않아
보호하겠다는 이유였지만 
소련 체제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지식인층이 많은 민족성을 
부담스러워한 탓으로 전해집니다.

화물칸에 실려 6천여km를 이동하는 
긴 여정 동안 굶주림과 추위로 3만 명 이상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려인 아나톨리씨가 
고작 5살 때 겪어야 했던 일입니다.

◀ INT ▶ 박 아나톨리 / 93세 고려인 1세대
(기차에서) 우리가 보이자 여러 민족이 다가와서 "당신들이 누구냐, 어디서 왔냐?"라고 궁금해했어요. "우리는 고려인 민족이고 우리를 이동시켰다"고..

◀ INT ▶ 문수혁 / 함평학다리고 1학년
강제 이주라는 압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분단되었던 우리 민족에 대한 애환이 드러났던...

특유의 근면함으로 자리를 잡은 후에도 
고려인들은 후손들에게 항상 뿌리인 
대한민국을 잊지 않도록 교육했습니다.

◀ INT ▶ 니가이 마르타 / 77세 (고려인 2세대) 
비빔밥 음식 다 좋아해요. 한국 사람이나 여기 고려 사람이나 다 똑같아. 다 똑같아.

아이들은 오늘 대한민국도 
당신들을 잊지 않겠노라고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습니다.

◀ INT ▶ 송유림 / 순천매산여고 1학년
저희부터가 먼저 기억을 해야 할 역사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부터 인식하려는 노력을 갖춰야 하고...

◀ st-up ▶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고려인들이 겪어온 삶이 애환들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오늘도
과거가 아닌 현재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MBC뉴스 서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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