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남해의 작은 섬 청산도에서
삼치잡이와 소설을 집필하며 섬의 애잔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가 있습니다.
뉴스와 인물,
오늘은 청산도 소설가로 불리는 정택진 작가의
새로운 작품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END ▶
◀ 스튜디오▶
1. 이번에 펴낸 소설의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곳'인데, 이전 소설의 제목도 '결', '품'이었는데 특별히 이렇게 '한'자로 제목을 짓는 이유가 있습니까.
'결'은 딸 이름으로 지어놨는데 아는 사람이 먼저 써서 소설 제목으로 가져왔고, '품'은 청산도 지명인 기미를 소설 제목으로 변용해 본 것입니다. '곳'은 소설은 써놨는데 제목을 못 붙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곳이 저에게 왔습니다. 일부러 한 글자로 제목을 맞추려는 것은 아닌데 그러면서도 한 글자가 소설 전체를 품을 수 있다면 구태여 여러 글자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2.소설 '곳'은 작가의 고향인
청산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섬생활의 애잔하고 지독한 가난,
그리고 육지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도 나타나
있는데요, 소설에서 표한하고자 한 작가의 마음은 뭘까요.
인간의 삶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시간과 공간의 좌표 위에 그 지점에서의 심리 상태가 결부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저만의 좌표 이동을 하고 있을 것인데 거기에서 느꼈을 그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 때 그 곳에서 느꼈던 그 마음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는 것을 제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었고, 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곳에서의 삶이 절대로 아무것도 아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3.소설을 읽다보면 순우리말과 전라도 사투리, 청산도 고유의 사투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초꼬지불', '썩대리', '두껍다리' 등 평소 잘 쓰지 않던 아름다운 우리말이자 청산도 사투리 같은데, 이런 단어를 많이 쓰신 이유가 있다면
말을 부리는 작가가 그 낱개의 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그 낱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좀 더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 우리 말의 낱말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청산도 이야기가 많은데
그 곳의 현실을 이야기하려면 자연이 그 곳의 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것들을 기록해 주는 것도 작가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4.소설 28개의 차례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편 한편이 모두 완성된 듯 이어진 듯 연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특별히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뭘까요..
세상에 어디 중심과 변방이 있겠습니까마는,
아 이런 후미진 곳에 후미진 시간들에게
사람들이 과연 관심을 가질까 생각을 했습니다.그래서 생각해 낸 전략이 제목만 보고 말아도 또는 한 쪽을 읽고 책을 놓아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자. 그러다가 한 꼭지를
다 읽도록 끝내는 책 한 권을 다 읽도록 하자.그러고는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자는 게 제 전략이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곳'을 수십 번 정으로 쪼고 줄로 밀었습니다.
5. 2013년 제1회 이외수문학상을 수상하고 2015년 대산창작기금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고향 청산도에서 자전적 소설 '품'과 '곳'을 집필했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제가 좀 긴 소설만 냈는데 금년에 단편과
중편을 모아 책을 냅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미 끝내놓은 역시나 제목이 한 글자인
장편 소설도 책으로 낼까 합니다.
그러고는 이름은 알려졌으나 세상에 그리
알려지지 않는 역사 속의 한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그러는 한편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하나의 소설을 쓰기
위해 또 소설을 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청산도 소설가 정택진 작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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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 목포시, 신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