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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쌀 감산이 능사 아니다

박종호 기자 입력 2025-08-25 09:46:12 수정 2025-08-26 06:29:28 조회수 235

◀ 앵 커 ▶

기후위기란 말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이번 여름도 전례없는 폭염, 전례없는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고 특히 농업현장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목포MBC는 재난수준의 기후변화 시대에 정부의 쌀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기획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과잉 생산에 매몰된 정부의 쌀 감산정책을 살펴봤습니다.

박종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의 고장, 전라북도 김제시.

농민 장수용 씨는 30여년 동안 고향에서 31헥타르, 축구장 40여개 면적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대농입니다.

쭉 쌀농사만 고집하다, 현재는 절반 면적에 벼 대신 콩을 심고 있습니다.

정부가 장려한 전략작물 재배사업, 쌀 생산 
줄이기에 일단 응한 겁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두텁지 않습니다.

◀ INT ▶장수용 김제시 농민
“논콩을 정부 정책으로 권장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태풍 한 번만 불고 쌀 수량이 줄어들면 논에다가 무슨 콩을 재배하라고 하겠냐.. 모두 다 다시 쌀로 전환이 되겠지”

정부가 쌀 과잉생산 문제 해소를 위해 재배면적에 손대기 시작한 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3년 생산조정제를 시작으로 논타작물재배사업, 전략작물직불제 사업 등을 꾸준히 실시하며, 벼 대신 가루쌀, 콩, 조사료 등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쌀 과잉생산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대체작물조차 과잉생산된다는 것.

[c/g] 2023년 기준 콩 생산 면적이 5천7백여 헥타르, 콩 생산량은 42% 증가했고, 급기야 올 3월 기준 8만 8천 톤이 정부 양곡창고에 쌓이며, 처리 불가 상태에 놓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또다시 기조를 바꿔 벼대신 콩을 심었던 면적을 1만헥타르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이럴 경우 또다시 논에는 그동안 정부가 감축하려 했던 쌀 농사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cg]증산에 힘을 실었던 1970년대 120만 헥타르였던 국내 벼 재배면적은 정부의 꾸준한 감산 정책, 농가 노령화, 쌀 수급불균형 등을 겪으며 작년에는 70만헥타르 선도 붕괴되며 69만8천헥타르까지 줄어든 상태.

1970년대 1200~1300만톤까지 이르던 쌀 생산량 역시 현재는 3백만톤 대까지 감소했습니다.

벼 재배면적, 더 정확하게 쌀 생산량을 줄이려고만 하는 이같은 정부의 감산 기조가 기후위기 시대에 타당한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 INT ▶이주량 박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최근의 기후 패턴이라면 그리고 올해와 같은 상황이라면 쌀이 근 시간 내에 결코 남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쌀을 줄이려고만 하는 정책의 위험성은 인근 
일본의 쌀 정책의 실패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50여년 전인 지난 1971년부터 쌀 감산정책을 이어왔습니다.

[CG]2005년 170만2천헥타르였던 일본의 쌀 재배면적은 2023년 134만 4천헥타르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20%나 감소해버린 쌀 생산량은 정부 판단보다 필요 이상으로 줄어버린 수치였고, 급기야 흔했던 쌀의 수급불안정 사태까지 벌어지며, 일본 열도 전역에서 쌀 사재기가 
속출했습니다.

[cg]급격한 기후변화를 간과한 결과인데,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이 21% 농지를 줄이는 동안 한국이 27%를 줄여버린 걸 감안하면 간과할 문제가 아닙니다.

작년 일본은 80년 만의 최저강수량, 평균기온 31도를 웃도는 폭염이 덮치면서 쌀값이 60kg 기준 2만4천엔 가량으로 3년만에 2배가 폭등했고, 1990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 INT ▶세키시 다카시 /일본 니가타현 농민
벼농사, 농산물은 공장 제품과 달리 생산량이 계획대로 나오질 않아요. 풍작이 있는가 하면 흉작도 있어요. 최근에는 무더위 영향도 있어요 2023년도는 무더위 영향으로 쌀의 품질이 좋지 못했고..

결국 3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의 쌀을 수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일본 정부는 감산 정책을 포기하고, 부랴부랴 증산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 SYNC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
"앞으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수급 전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또한 총리로부터 메시지도 있었지만 앞으로 수요에 맞춘 증산 등 이런 상황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S/U] 쌀 생산농가와 재배면적이 줄고
기후위기 등으로 쌀값이 폭등한 일본.
쌀이 남아돈다는 한국도 머잖아
같은 길을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MBC뉴스 박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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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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