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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정책, ‘기후변화’ 최대 변수 삼아야

박종호 기자 입력 2025-08-26 09:23:04 수정 2025-08-26 18:10:20 조회수 219

◀ 앵 커 ▶
기후학자들 입에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앞으로의 기후는 예측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비도 아주 짧은 시간, 무지막지한 양을 퍼붓는 극한호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물과 일조량이 가장 중요해, ‘하늘과 함께 하는 사업’이라 불리는 벼농사가 기후위기 시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정부는 생산량 줄이기에만 매몰돼 있습니다.

기후위기시대 쌀정책 기획뉴스, 박종호 기잡니다.

◀ 리포트 ▶
지난 8월 3일, 전남 무안군에 쏟아진 비는 
시간당 122밀리미터였습니다.

도심도, 들녘도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낱알이 맺혀있던 벼 825헥타르를 비롯해 논콩 140.5헥타르 참깨 20헥타르 등
전남에서만 1천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바다가 됐습니다.

◀ INT ▶정중석/논콩 침수피해 농민 (2025년 8월 5일)
"이 전체가 안 보였어요. 그래서 현재 콩이 다 발아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지금 이미 아까 보시다시피 콩이 다 썩어버린 상황입니다."

7월 중순에도 함평과 담양, 영광 등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남 곳곳에 누적 400밀리미터의 
극한호우로 1천억여 원의 피해가 났습니다.

극한호우가 아니면 펄펄 끓는 폭염으로 
점철되고 있는 올해 여름.

습도는 높고 공기는 뜨거운 기후는 곧바로 비에 잠겼던 농경지에 병해충이 창궐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27도에서 33도 사이의 기온이 지속되는 상황이 벼멸구가 번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인데, 올해가 딱 그렇습니다.

◀ INT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매년 날아오는데 세 번 정도 번식을 하고 그리고 추석 때 온도가 25도 밑으로 내려가면 자연 소멸을 하는 거거든요.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벼 전체 면적의 한 3%에서 5% 정도가 벼멸구 피해를 받으면서 쌀 생산량도 크게 타격을 받았습니다.

[반투]지난해에도 6월부터 8월까지 전국 평균 기온이 25.6도로 평년 보다 1.9도 높게 집계됐고,
전남과 전북, 충북 등 전국 3만 4천 헥타르에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번식한 벼멸구의 직접 피해를 입었습니다.

◀ INT ▶ 정소임 / 벼멸구 피해 농민 (2024년 10월 6일)
처음이에요. 사람 70년 동안 살다가 이렇게 되기는 생전 처음이에요.

비를 피하고, 병해충 공격을 어렵게 이겨내고 수확되더라도 고온에서 자란 쌀은 품질이 떨어지며 소비 매력이 확보되지 못합니다.

◀ INT ▶ 손지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학박사
"기온이 높다 보면 쌀알이 이렇게 안에 하얗게 심복백이 박히는 현상들이 많아져요 그리고 이제 금이 가고 하기 때문에 밥맛도 떨어지고 외관도 떨어지게 되죠. 그러면 이제 쌀 품질도 떨어지고 밥맛도 안 좋아지고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도 기후변화가 쌀생산은 물론 쌀 품질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엄살이 아닙니다.

◀ INT ▶카미 토모야 /농림수산성 농산부 농업환경대책과 과장 대리
(2023년도 이후)일본에서 지정한 일등미로 출하할 수 없는 쌀이 너무 많이 늘어났어요. 일본 최고의 쌀 산지에서 과거 최대의 품질저하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정이 이러니 농정당국의 기후변화 상황을 외면한 쌀 감축기조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투]이미 2024년 농정당국은 쌀 생산량을 365만7천톤으로 봤지만 잦은 비, 예상보다 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창궐한 병충해로 인해 실제 생산량은 358만5천 톤으로 7만톤 가량이 감소했습니다.

[반투]2020년에도 긴 장마와 3개의 태풍의 영향으로 실제 쌀 생산량이 350만 7천 톤으로 당초 예상했던 양보다 12만 4천 톤이 줄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재배면적과 생산성에 기댄 단순 계산, 그리고 줄이려고만 하는 쌀 감산기조를 버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과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이유입니다.

◀ INT ▶서삼석 /국회의원
기후위기에 맞춘 정밀한 데이터 산출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농업통계는 통계청이 관리하면서 빈번한 예측 실패를 보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가 중심이 되어 재배면적 기상 병해충 발생, 토양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시·군단위까지 반영하는 세밀한 예측 체계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변수를 외면한 쌀 정책이 기후변화 
시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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