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일상이 된 폭염 속에 해남에선
쌀알이 가늘고 긴 형태의 '열대벼'를
재배하는 농가까지 등장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실험이자,
밥쌀 공급 과잉 문제와 수출 돌파구까지
노린 시도인데요.
서일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전남 해남에 있는 친환경 벼 재배단지.
축구장 140개 크기에 달하는 이곳에서
눈에 띄는 벼가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찰지고 둥근
'자포니카 품종'이 아닌
길고 가는 낟알을 가진 '인디카 품종',
즉 열대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없지만,
사실 전세계 쌀 유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주력 품종입니다.
◀ st-up ▶
흔히 동남아에서 키우는 장립종 벼는
자랄 때는 이렇게 일반 벼보다
옆으로 두툼하게 자라는데
낟알은 2배 가량 길쭉하고 얇은게
특징입니다.
이 낯선 벼가 우리 땅에서
자라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
[반CG]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 주도로
시범재배를 시작했고 올해는 농촌진흥청과
대학, 대기업까지 참여하며
사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늘어난 국내 외국인 수요에 대응하면서
가공밥 수출시장 진출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 INT ▶ 윤영식 /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 대표
지금 이제 10여개 정도의 품종을 계속 시험 재배하고 있고요. 그 중에 2개 품종은 이제 상업화가 가능한 그런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같은 사업 확대에는 최근 일본의
쌀값 폭등 현상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밥쌀 공급 과잉에 대응해
1970년대부터 벼 재배 면적을 줄여온 일본.
[반CG] 하지만 2년 전 가을,
밤낮없이 이어진 기록적 폭염으로
벼가 여물지 못하면서 1등급 쌀 유통량이
20% 가량 급감했습니다.
결국 시장엔 품질 좋은 쌀이 사라졌고,
쌀값은 폭등하며 쌀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일본을 따라 감산정책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습니다.
◀ INT ▶ 진중현 / 세종대 교수 /
*'장립형 인디카벼 산업화 플랫폼 개발' 책임연구원*
깨닫게 된 거예요. 지금 경지 면적을 무작정 감소시켜서 했다가는 지금 환경, 기후변화라든지 여러 가지 정황을 보았을 때 우리가 잘못하면 급박한 문제에 대응할 수가 없다...소비자 변화에도 대응하고 수출이 가능한 이런 것을 해보자...
[반CG]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은 역대 가장 더웠습니다.
벼가 여물어야 할 시기에
밤낮없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쌀 품질은
떨어졌고,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 INT ▶ 신서호/전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또 가을 날씨가 작년처럼 이렇게 33도, 35도 고온으로 또 유지된다면 결국에는 품질 좋은 쌀 생산량에는 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타작물 전환' 정책도
수요 기반이 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
기후변화가 가속화 되면서,
남은 농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일영입니다.
Copyright © Mokpo Munhwa Broadcasting Corp. All rights reserved.
출입처 : 경찰, 검찰, 교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