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만난 쉼표
정호승 산산조각 9월5일
책에서 만난 쉼표
정호승 「산산조각」
오늘 오프닝에서는
‘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깨는 힘 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고, 잘해내야 하고,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조금 뜻밖이면서도 다정한 말을 건네는 시,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입니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시 속의 부처님은
깨진 자신을 서둘러 감추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서짐을 통해 ‘산산조각’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오늘만큼은 애써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부서진 조각까지 모두 나의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